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 > 보도자료 / 성명서

본문 바로가기

뉴스/칼럼 백두대간의 관련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보도자료 / 성명서 > 뉴스/칼럼 > 보도자료 / 성명서

 

보도자료 / 성명서

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두대간 작성일12-06-22 17:40 조회3,452회 댓글0건

본문

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천성산 도롱뇽의 진실
 

습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땅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물침대처럼 물렁해야 한다
오리나무나 억새는 자랄 수 없다
밀밭늪이 육지화되는 것이다
 

도롱뇽을 한 마리도 못 봤으니
습지가 망가졌다면 왜곡이다
반대로 천성산 습지가
생태천국이 아님도 분명하다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4륜 스포츠실용차(SUV)는 유리창에 입김을 머금은 채 비포장 임도를 헐떡이며 올라갔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김경철 사무국장이 말했다.
 

"어제 80가 왔대요."
 

밀밭늪은 천성산 제2봉 주변 임도에서 약 50m 아래 있었다. 밀밭늪 밑으로는 201010월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천성산 터널(원효터널)이 지나간다.
급한 산사면을 내려가니 오아시스처럼 시야가 트이고 평지가 나타났다. 잠깐 머물던 안개는 바람에 밀려 사라졌다. 해발 700m, 가로세로 100m, 250m 크기의 '고산(높은 산) 습지'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습지 중앙에 있는 게 오리나무예요. 원래 가장자리에 살았죠."
나무는 왜 자라고 계곡은 왜 생겼나
밀밭늪의 아래를 채우고 있는 건 푸른 진퍼리새였다. 진퍼리새 사이로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랐는데, 그게 오리나무였다. 어른 가슴 정도의 크기, 어려 보였다. 지율 스님이 말했다.
"죄다 4~5년생이에요. 오리나무들이 점차 습지 안으로 들어와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작은 오리나무를 대충 세어보니, 스무 그루는 되어 보였다. '철철'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늪 한가운데 너비 1m의 물골(계곡)이 생겨 흐르고 있었다. 갈색 억새가 녹슨 창처럼 물골 주변에 드문드문 꽂혔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비가 내리면 물은 물골로 모인다. 습지가 머금어야 할 물이 계곡을 따라 산 아래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물이 빠진 습지는 땅처럼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땅은 물길이 한쪽에 쏠리는 침식작용을 부추기면서 계곡을 더 키운다. 물골은 고산 습지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저승사자'.
 

옛 등산로가 아닌데도 습지 안쪽의 땅은 딱딱해져 있었다. 습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땅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물침대처럼 물렁해야 한다. 오리나무 같은 관목이나 억새는 그런 물컹한 고산 습지 안에서 무성히 자랄 수 없다. 밀밭늪이 육화(육지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능선 너머 대성늪과 무제치늪에서도 비슷했다. 5년 안팎 수령의 오리나무는 대성늪에 흩어져 있었고, 무제치1늪에선 아예 군락을 이뤄 자랐다. 0.5m도 채 안 되는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건 높이 1~1.5m의 중키 아니면 2.5m 이상의 아름드리 오리나무만 보인 점이다. 중간 크기의 오리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천성산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게 20여개의 고산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을 비롯해 대성늪과 밀밭늪이 잘 알려진 습지다. 1999년 발견된 밀밭늪은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로 꼽힌다. 수평거리 80m, 수직거리 420m로 천성산 터널과 가장 가깝다.
 

이런 상황은 과학적 조사로도 확인됐다. <한겨레>는 천성산 밀밭늪의 육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헌호 영남대 교수(산림자원학) 팀이 20047월부터 20085월까지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밀밭늪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지하수위(지표면에서 지하수면까지의 거리)2004-8.48에서 2008-28.593배 이상 낮아졌다.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습지로 유입된 물이 다시 습지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출률도 대체로 지하수위 하강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2008년의 유출률은 27%, 200513%의 두 배가 넘었다. 4년 동안 평균 유출률은 19%였다. 즉 강우량 100% 가운데 19%가 증발되거나 계곡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부쩍 크고 넓어진 밀밭늪의 물골과 관계가 깊다. 보고서는 밀밭늪의 종말을 예고하며 끝을 맺었다. "밀밭늪은 향후 산지 고층 습원으로서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육화되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습지의 위기, 환경부도 알고 있었다
 

지난 20일 이헌호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말로 습지가 땅처럼 변한다는 의미죠. 글쎄요. 이유가 천성산 터널 때문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판단을 못하겠어요. 어쨌든 습지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에요."
"왜 터널 영향인지 알 수 없는 거죠?"
"지하수의 흐름을 알아야 해요. 이를테면 지하탐사측정을 해야 하죠. 부담스러워 그런지 연구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 교수는 원래 천성산 터널과 연관성을 규명하려 했으나 한정된 연구비로 벅찼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터널 공사를 벌인 한 건설업체의 용역으로 진행됐다.
천성산 습지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일부 언론의 보도로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다습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단순논리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20101017"올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1면 기사로 전한 이래 천성산 습지에서 발견된 몇 마리의 도롱뇽은 '생태계 천국의 증거'로 침소봉대됐다.
 

그 뒤 천성산 도롱뇽은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쪽을 공격하는 논리로 애용됐다. 4대강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와 이 사업 홍보에 나선 정부 인사들은 트위터나 언론 기고를 통해 천성산 터널 개통 이후에 도롱뇽이 많이 살듯이 4대강에서도 환경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성산 터널 주변에는 도롱뇽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 비하면 그 결말이 당혹스럽다. 당사자인 도롱뇽은 괜찮다는데 공연히 사람이 들쑤신 형세가 아닌가?"(노대래 당시 조달청장, <중앙일보> 2010115)
 

하지만 환경부는 천성산 습지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천성산 습지군의 모니터링 및 복원을 내년도 중점 사업으로 편성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에 대해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임도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밀밭늪과 대성늪은 습지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복원 대상에서 빠졌다.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말했다.
"기후변화로 보고 있어요. 천성산에서만 육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영남 알프스(경남 동남부의 고산 지대)에서 다 일어나고 있거든요. 재약산 사자평 습지는 심해요. 수종이 교목으로 다 바뀌고 숲이 우거질 정도죠."
"천성산 터널 영향은 없는 건가요?"
"전혀 없다는 건 아니에요. 설사 영향이 있더라도 지엽적일 뿐이라는 거죠."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은 최근 4~5년생 이하의 오리나무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김경철 국장은 반박한다.
"보세요. 밀밭늪이 장기적인 자연천이 과정에 있다면 오리나무는 1~2년생부터 10~20년생까지 다양한 수령이 자라야 해요. 그런데 최근 4~5년 수령이 대부분이에요. 대성늪이나 무제치늪도 마찬가지고요. 천성산 터널과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죠.“
 

지하수 흐름 밝히면 육지화 원인 밝혀져
 

습지 육화의 원인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육화를 불러온다. 높은 온도는 습지를 메마르게 하고, 강수 패턴의 변화도 지형 변화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천성산 습지 육화와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과학적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진 않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주변 등산로와 임도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밀밭늪의 경우 지금은 폐쇄된 등산로가 답압(밟기)으로 인해 딱딱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북한산 등산로가 반들반들해진 것과 같은 이치다. 습지 위쪽의 임도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가 습지를 메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밀밭늪의 경우 임도와 약 50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왔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이헌호 교수는 "장마철 큰비가 내리면 쓸려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원인은 천성산 터널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다. 당시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는 천성산 터널이 지하수맥을 차단해 습지에 영향을 일으킬 거라고 주장했다.
 

천성산 터널과 이 공사를 위한 보조터널(사갱) 공사는 200310월 시작됐다.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가 터널 벽을 타고 흘러 대규모 유출된다. 2006년 고속철도건설공단과 환경단체가 꾸린 환경영향공동조사위원회도 1분당 최대 1t의 지하수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습지가 머금고 있던 물도 서서히 빠지게 된다. 밀밭늪의 육화가 천성산 터널 때문이라면 지하수맥을 통해 늪의 수분이 천천히 새어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천성산 습지 하부가 불투수층이기 때문에 지하수위 하강으로 인한 습지 영향은 없을 거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환경영향공동조사위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만 열어뒀을 뿐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하시추조사에서 밝혀진 지하구조에 의하면 늪지 퇴적층과 기반암의 수리적 연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동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녹색연합의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의 말이다. "당시 결론은 거기까지였어요. 큰 산의 속을 바늘로 찔러서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어느 전문가가 말하더군요. 시간 제약 등 여러 조건 때문에 지하수 유동을 100% 그려 넣을 순 없었던 거죠."
 

이날 답사에서 취재진은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무당개구리 두 마리와 올챙이 수십 마리만 목격했을 뿐이다. 도롱뇽이 알을 낳는 봄철과 달리 여름철에는 도롱뇽을 관찰하기 힘든 편이다.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으니, '손가락 셈법'으로 천성산 습지가 망가졌다고 하는 건 왜곡이다. 반대로 천성산 습지가 '생태 천국'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천성산 습지는 메말라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사라진다. 도롱뇽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도롱뇽도 습지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정부와 보수신문은 애써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천성산 습지의 복원 계획을 세운 환경부도 무엇이 육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선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백두대간보전회   |   (우)25781 강원도 동해시 감추로 20-1 2층   |   등록번호 : 222-82-08122
대표전화 033-535-3516~7   |   팩스 : 033-535-3518   |   이메일 : baekdu35@hanmail.net
사무국장 : 윤전숙   |   대표 : 최종복            Copyrighy (c) 백두대간보전회 All right reserved.